관리자 글쓰기

 

우리는 보통의 언어를 알지 못한다. 알 수 없으니, 어떤 감정을 전하려해도 날 것의 단어를 토해낼 뿐. 가냘픈 맹세의 실로 엮여있는 관계는 무엇이라고 정의하면 좋을까. 죽여 달라고 말하고, 너는 반드시 내가 죽이겠다고 말하는 다짐은 무슨 단어로 표현할 수 있을까. 답은 여전히 알 수 없었고, 지금도 알지 못한다.

 

레이첼 가드너는 아이작 포스터와 함께 오랜 시간을 떠돌아다녔다. 탈옥한 연쇄살인범과 정신병을 가진 것이라 추측되는 소녀의 조합은 특이했다. 한동안 뉴스에는 둘의 이름과 인상착의가 내려가지 않았고 시민들은 불안에 떨었다. 그러나 정작 둘은 꽤나 태평한 삶을 영위했다. 매번 지역을 옮겨 다니는 일이나 먹을 것과 입는 것, 사람이 생활하는 것에 꼭 필요한 물품을 구하는 건 어려웠지만 불편하다고 생각되지는 않았다. 오히려 처음부터 이랬어야만 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

 

마른 호밀빵이 입 안에서 버석거린다. 레이첼은 말간 눈으로 잭을 바라보았다. 그는 침대에 누워 눈을 감은 채 한 쪽 귀로는 뉴스를 듣는 중이었다. 아직도, 그의 이름은 잊히지 않았다. 희대의 유명인사가 되었구만, 이거. 레이첼이 몇 번 더 부른 후에야 그는 귀찮은 기색을 감추지 않은 채 한 쪽 눈을 떴다.

 

뭐야.”

 

언제쯤- 갑자기 그녀는 숨을 삼켰다. 가슴 한 구석이 무거웠다. 처음 느끼는 감정이야. 그녀는 눈썹을 일그러트리며 가슴께에 손을 올렸다. 일련의 행위를 지켜보던 잭은 퉁명스레 말했다. 뭐냐고, 레이. 그녀는 하고자 했던 말을 누그러트린 채 고개를 저었다.

 

다음에는 어디로 갈 거야?”

 

글쎄.”

 

아아, 나온 것까지는 좋은데 뭘 해야 할지 모르겠단 말이지. 그런 건 차차 생각해보면 될 일이지만 언제까지 기묘한 동거가 이어질지는 알 수 없다. 잭은 생각하는 것을 그만두고 다시 눈을 감았다. 어떻게든 되겠지. 늘 그렇듯 세상은 그를 잊을 것이다. 다음 일은 다음에 생각해도 늦지 않아.

 

그들은 보통의 단어를 알지 못한다. 평범한 삶을 겪어보지 않았고, 오히려 비정상적인 삶에 익숙해있다. 그렇기에 평범한 사람의 언어에 대해서 무지했다. 그렇기에 살아나가는 것 외에는 모든 것에 무지하다. 상대방의 삶에 함께 하고 싶고, 그 곁에 있고 싶다는 감정에 대해서는 무슨 말로 표현해야할지, 어떤 행동을 해야 할지 모른다. 그렇기에, 그렇기에.

 

죽여 달라는 말로, 너를 죽이겠다는 말 밖에는.

 

레이첼은 제 심장을 짓누르듯 손에 힘을 주며 일어났다. 레이, 어디가. 그의 퉁명스러운 말이 길동무처럼 따라붙는다. 그녀는 침착하게 웃으며 말했다.

 

주변을 둘러보고 올게.”

 

여전히 죽고 싶다. 죽여줬으면 한다. 하지만 그는 쉽사리 그녀를 놓지 않았다. 어쩌면 나는 맹세라는 핑계로 그가 자신을 살려놓기를 원하고 있는 건지도 몰라. 죄의식일지도 모를 무언가가 숨이 멎을 듯 폐부를 찔렀다. 레이첼 가드너. 너는 여전히 죽고 싶어? 그의 손에 죽기를 원해?

 

아니야, 이제 그만.

 

레이첼은 숨을 크게 몰아쉬고 똑바로 정면을 바라보았다. 그녀는 이 자리에 있었고, 시간은 여전히 움직이고 있다. 그로부터 적지 않은 시간이 흘렀으나 그녀는 죽지 않고 살아있다. 아이작 포스터에 의해서. 괜찮아, . 언제든지 죽여도 괜찮아. 그의 손에 생을 끝내기 전까지는 언제까지나 당신 곁에 있을 테니까. 답은 아직 모르겠어. 아마, 알 수 없을 것 같아.

 

이름 모를 감정이 시간이라는 이름의 강에 떠내려간다. 햇볕이 뜨겁다. 그녀는 한 발짝, 앞으로 내딛었다.





*



근 1년만에 하는 연성 (.....) 글 쓴지도 오래됐고 미숙함이 눈에 보이네요. 저도 제가 무슨 소리를 썼는지 모르겠습니다. 그냥 잭레이 결혼이나 했으면 참 좋겠네요. 그냥, 말 그대로 둘은 보통의 언어를 알지 못하니 좋아한다는 말대신 저런식으로 애정을 표현하는게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어서... (라고 변명을 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