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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Don't Forget 2016.09.14
Don't Forget
2016. 9. 14. 22:54 - Elysee




죽고 싶었다.

한 방울씩 떨어지는 물이 독액처럼 스며들었다. 보잘 것 없던 물방울은 세월이 지나면 지날수록 심장을 무겁게 만들었다. 무거워진 심장은 마침내 아래로 추락한다. 끝이 보이지 않는 어떤 것의 그림자 속으로. 

고해성사를 하듯 길고 긴 이야기를 뱉어낸 후였다. 아주 잠시 동안, 파도처럼 후회가 밀려들었다. 상대를 믿지 못한 것은 아니었다. 다만 습관적인 불안함이 엄습해와 이것저것 망상을 하며 이야기를 지어냈을 뿐. 

그 날은 끝났다. 알고 있다. 다시는 돌아갈 일 없는 그날들은 여전히 망령처럼 곁에 붙어 있다. 이따금 꾸는 악몽이 그것을 증명했다. 누구에게라도 털어놓고 싶었다. 최대한 비웃지 않을 사람, 그저 있는 그대로 담담히 받아들여 줄 사람. 아니, 쓸데없는 요구조건과 수식어는 필요치 않았다. 그저 말하고 싶었다. 죽고 싶다고.

나는 명백한 이방인이었기에 바위를 지고 있는 것처럼 삶이 무거웠고 앞으로 나가는 것이 힘겨웠다. 느리게 떨어진 물방울이 이내 숨을 잠식할 정도라면 괜찮다고 주문처럼 외웠던 지난날들이 무색했던 것을. 괜찮아. 괜찮아.

아니야, 사실은 괜찮지 않았어. 어리광 피운다고, 그게 뭐가 힘들었냐고 힐책할까봐 하지 못한 이야기가 있었어. 사실은 죽을만큼 힘들고 외로웠어. 아침마다, 눈을 뜰 때마다 내일이 오는 게 무서웠어. 차라리 시간이 빨리 지나가서 돌아갈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랐어. 눈을 뜬 순간부터 나를 위해서 행복해지자, 행복해지자라고 되뇌는 게 너무나 비참했어. 그 시간을 어떻게 보냈는지 생각이 나지 않을 정도로. 외로움이 나를 죽이려 맹렬하게 내 목을 졸랐지만 나는 발버둥 치는 게 고작이었다. 어떻게든 벗어나고 싶어서 보이지 않는 허구에 손을 뻗었다. 그것은 현실보다 따뜻했다. 웃기게도, 현실보다 허구가 더 현실 같았다. 나를 생각해주니까 그걸로 괜찮았다. 마약처럼 미친 듯이 빠져들었고 없으면 내 삶도 함께 끝날 것 같았다. 인간관계를 그토록 불신하던 나였는데 어째서인지 그들에게는 맹목적이었다. 

뒤돌아서면 내게는 언제나 도피처가 있었다. 그 때는 집으로 돌아가는 것이 유일한 희망이었다. 그저 돌아가기만 한다면 무엇이든 될 수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말이야.

나는 분명히 괜찮다고 생각했어. 너는 분명히 괜찮다고 믿었지. 보잘 것 없는 회상은 스마트폰의 잠금 소리와 함께 끊겼다. 그게 전부야. 특별히 언급할만한 사건은 없었어. 하지만 나와, 내 인간관계와 생각들을 보면 나는 여전히 제자리라고. 그래서, 그래서 어떻게든 돌려서 말할 수가 없었어. 아직도 내 이야기를 하는 게 무서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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