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편 : https://elysee1223.tistory.com/53
머그잔에서 올라오는 김에 시야가 흐릿해진다. 아지랑이처럼 너울거리는 파티션 너머의 풍경이 차가웠다. 유중혁은 손끝으로 사건 개요를 넘겼다. 처음에는 그저 연쇄적으로 일어난 자살 사건에 불과했다. 연속성이 있다는 것 자체로도 의심의 여지는 존재했다. 그러나 사건성이 없었고 타살의 흔적도 발견되지 않았으므로 흔한 자살로 종결되는 듯 했다. 네 번째. 목을 매단 시신에서 문제점을 찾기 전까지는 그랬다.
통상 스스로 목을 매단 시체에는 혀가 길게 빠져나오기 마련이다. 유중혁은 현장을 마주하는 순간 가장 먼저 위화감을 느꼈다. 시체의 혀가 나오지 않았다. 시신의 목, 밧줄 자국 아래에 움푹 패인 흔적이 있었다. 손자국이었다. 지문이 남지 않은 것으로 보아 장갑을 낀 것이 분명했다. 누가 봐도 자살로 위장한 타살, 살인 사건이었다.
피해자는 중증 우울증을 앓고 있었다. 인터넷 기록에는 자주 드나든 흔적이 보이는 자살 관련 사이트가 있었고 상담을 받은 기록도 있었다. 그리고 공교롭게도 그 모든 것 사이에 김독자라는 인물이 있었다. 자살 사고를 자주 내비치던 피해자에게 온라인으로 먼저 접근한 것도, 자신의 직업을 밝히며 상담을 권유한 것도 김독자였다. 그렇다면 자살로 처리된 다른 사람들은 어떨까. 그들에게서 김독자의 흔적을 발견했을 때 유중혁은 직감했다. 이건 일반적인 살인 사건이 아니었다. 피해자들 사이에는 어떠한 연관도 없었다. 김독자를 제외한다면. 특정 지을 것 없는 피해자들의 관계 사이에 버젓이 김독자가 존재했다. 만약 네 번째 사건이 타살로 판명되지 않았다면 김독자는 수면 위로 나오지 않았을 것이다. 교묘하게 짜놓은 판 위에 올려진 유중혁은 김독자라는 인물 자체가 궁금해졌다. 목적이 무엇인지, 왜 죽였는지. 피해자에게 원한을 가졌나? 그건 아니었다. 그들은 불특정 다수에 불과했다.
취조는 탐색전에 불과했다. 유중혁은 김독자가 어떤 사람인지 알고 싶었다. 단순히 그의 행적만으로 정리된 인적사항이 아닌 김독자 그 자체를. 그의 차분한 시선이 자신을 훑는 것을 유중혁은 분명히 보았다. 흔들리지 않는 새까만 눈빛과 그와 대조 될 정도로 희고 창백한 피부가 불빛 아래서 반짝이는 것을. 이따금 손가락으로 입술을 훑으며 자신을 관찰하던 모습을.
경찰이 가진 패는 몇 개 없다. 김독자는 용의자로 의심 받고 있지만 결정적인 증거가 없다. 그는 자신이 무슨 실수를 했기에 경찰이 자신을 의심하게 되었는지 궁금할 것이다. 어째서 자살로 종결 났어야 할 사건이 타살이 되었는지. 신문 기사가 그것까지 알려주진 않는 법이다.
보통 범인이라면 경찰의 의심이 자신을 향했을 때 몸을 사릴 것이다. 하지만 유중혁은 당장 오늘 아침부터 또 다른 자살 사건을 보고 받았다. 마치 김독자가 퍼트린 바이러스가 인간의 몸 속 곳곳에서 터져나가고 있는 것 같았다.
유중혁은 김독자의 사진을 뚫어져라 바라봤다. 취조실에서 그와 마주했을 때처럼. 그의 세상 속으로 들어가 김독자의 시선으로 세상과 마주해야 한다. 무슨 생각인지, 다음에는 누구를 죽일지. 어떤 방식으로 빠져나갈 궁리를 하고 있는지. 유중혁은 천천히 눈을 감았다.
*
적을 알고 나를 알면 백전백승이라 했던가. 유중혁은 김독자의 상담소를 찾았다. 명목상의 이유로는 일단 상담이었다. 형사, 특히 범죄와 맞닿아 있는 수사과는 주기적으로 상담을 받아주는 게 좋았다. 물론 잘 지켜지지 않는 규칙이었다. 유중혁 역시 제대로 된 상담이라고는 받아본 적 없었다. 하지만 명분 없이 수사를 하긴 힘들고, 무엇보다 이건 개인적으로 김독자라는 인간에 대해 알기 위해 찾은 것에 불과했다. 그러니 굳이 변명하자면 상담에 가까운 일이리라.
“상담을 하러 왔습니다만.”
“처음 방문이신가요? 예약은 하셨나요?”
유중혁은 고개를 저었다. 예약이 필수라는 접수원의 말이 이어졌다. 유중혁은 잠시 자신의 신분을 밝힐까 고민했다. 그 때 뒤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리지 않았다면 그는 자신이 경찰이며 댁의 상담소장을 조사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늘어놨을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김독자에게는 퍽 불리한 사안이었다.
“여기서 뭐하십니까?”
김독자가 인상을 찌푸린 채로 서 있었다. 손에 들린 머그잔에서 수증기가 뿌옇게 솟아올랐다. 유중혁은 딱딱한 어조로 아까와 똑같은 대사를 반복했다.
“상담 받으러 왔다.”
*
상담실 내부는 내담자를 편하게 해주기 위함인지 부드러운 색상 위주로 디자인이 되어 있었다. 푹신한 소파가 상담자와 마주보도록 설치 됐고 책장에는 각종 심리학 관련 책들이 빼곡히 꽂혔다. 문과 가까운 벽 쪽에는 길게 누울 수 있는 소파까지 마련되어 있었다. 내부에 소리마저 잠식되자 호흡이 가라앉는 것이 느껴졌다. 김독자는 창문의 햇살을 등진 채 의자에 앉았다.
“정말 내게 상담 받으러 온 건 아닐 테고.”
마치 불청객을 대하는 태도에 유중혁은 짧게 웃음을 머금었다. 상대는 자리를 권하지도 않았건만 그는 제멋대로 소파에 앉은 채 다리를 꼬았다. 그 모습에 김독자가 시니컬하게 웃었다.
처음 취조실에서 마주했을 때처럼 두 사람은 시선을 마주했다. 다른 장소, 바뀐 역할, 그러나 변함없는 관계도. 유중혁은 그때처럼 등받이 몸을 기대며 말했다.
“경찰도 상담은 받는다.”
“하필 용의자로 지목된 사람한테 말이지.”
비꼬는 어조에 유중혁은 대꾸도 하지 않았다.
“못 다한 질문을 하러 왔다.”
“난 당신에게 대답할 의무가 없는데.”
“하지만 궁금한 점은 많겠지.”
취조실과 다르게 상담실은 내담자와 상담자의 거리가 그리 가깝지 않았다. 유중혁은 몸을 바싹 앞으로 당겼다. 굳게 다문 김독자의 얼굴이 조각상처럼 딱딱하게 변했다.
“어째서 타살로 밝혀진 건지.”
김독자는 대답하지 않았다.
“지금부터 말하는 건 내 상상이다. 허구의 소설 같은 거지. 네가 읽는 소설이라 생각해도 좋겠군.”
유중혁은 김독자를 잡아먹을 듯이, 주시했다.
“범인은 모종의 방법으로 피해자들이 자살하도록 몰았다. 그러나 딱 한 명. 마지막 피해자가 마음을 바꿔 자살하지 않기로 마음먹었다. 범인은 계획이 틀어지지 않도록 이전과 다르게 자신이 직접 죽이고 자살로 위장했다.”
상담실에는 소리가 없었다. 숨소리마저 사라져 서로의 시선만이 세상에 상대가 존재한다는 것을 알게 해주었다. 김독자는 시선을 피하지 않았다. 말간 웃음이 그의 얼굴 위에 떠올랐다.
“나는 거기에 우연히 휘말린 선량한 시민에 불과하고.”
“그 우연 참 대단하군. 공교롭게도 네가 맡은 내담자가 전부 피해자라니. 그런 헛소리는 지나가던 개도 안 믿는다.”
“경찰이 무고한 시민을 협박해도 되는 건가?”
유중혁의 시선이 김독자의 뒤에 있는 책장에 못 박혔다.
“그렇다면 상담 기록을 밝히지 않는 이유가 무엇이지?”
김독자는 눈을 내리 깔았다. 미미한 웃음이 입가에 맴돌았다.
“내가 쓴 소설은 이래. 정신적으로 몰린 사람들을 좋은 마음으로 도와주었지만, 애석하게도 실패했다. 그들은 결국 자신의 손으로 마지막을 택했고 나는 그저 무능한 상담자에 불과하다, 라고. 그런 사람이 그들의 마지막 기록을 제 3자에게 낱낱이 보여 준다는 건 예의가 아니지.”
말은 번지르르했다. 혀에 칼날을 감춘 듯 아무렇지 않게 역린을 베고 사라진다. 이미 끝난 이야기를 반복해봐야 결론은 나지 않았다. 유중혁은 다음 카드를 꺼내기로 했다.
“여기 오기 전에 너에 대해 자세히 조사해봤다.”
그는 말을 멈췄다. 김독자의 눈동자에 이채가 감돌았다.
“경찰은 범행의 동기를 알아야한다. 왜 죽였는지가 관건이지. 사건에 대한 열쇠기도 하고. 이번 사건은 불특정 다수에게 행한 범행이며 피해자를 특정한 계기는 자살 사고가 강하다는 것 외에는 없어 보인다. 겉으로는.”
타인의 사고로 세상을 본다는 건 어떤 느낌일까. 적어도 유중혁에게 그것은 내키는 일이 아니었다. 범죄자의 사고로 생각 한다는 건 그와 동화된다는 걸 의미했다. 세상에 자신을 지우고 타인을 가져오는 것. 다음 행동을 유추하기 위해, 그리고 그의 심리를 이해하기 위해.
“김독자. 과거에 자살 미수 경험이 있는 걸 확인했다.”
김독자는 손을 꽉 쥐었다. 파란 핏줄이 눈에 띄게 돋았다.
“동반 자살을 시도했으나 함께 자살을 시도한 친구만 죽고 넌 살아남았지. 그걸 계기로 상담자가 되었을 거고.”
유중혁은 무심하게 상대를 주시했다.
“무언가 비슷하지 않나?”
김독자는 손으로 입을 가리고 몸을 숙였다. 어깨가 잘게 떨렸다. 유중혁은 처음에 그가 운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김독자는 웃고 있었다. 터져나오는 웃음을 주체할 수 없어 온 몸이 떨렸다. 그는 한참동안 웃음을 토해냈다. 한이 서린 것도 아닌, 진정 유쾌해서 나오는 웃음이었다.
“내가 처음으로 남에게 쓸모가 있는 순간이었어.”
그는 웃음기 서린 목소리로 말했다.
“죽고 싶다길래, 같이 죽자길래, 약을 먹었는데. 생각해보니까 그걸로 죽을 목숨은 아니더라고. 사람 목숨이 끈질기잖아. 그런 걸로 잘 안 죽거든.”
아직도 그 때 기억이 생생했다. 학교 내에서 공공연히 구타당하고 도피할 곳이라곤 작은 스마트폰 속의 소설뿐이었다. 멍든 몸을 이끌고 집에 와도 자신은 혼자였다. 시간이 어떻게 흘러가는지도 모를 만큼 철저하게 버려졌다. 같이 괴롭힘 받던 친구가 죽고 싶다고 말하기 시작한 건 그 때였다. 털어 넣은 약의 용량은 죽을 만큼은 아니었다. 김독자는 약에 취해 정신을 차리지 못하던 학우의 목을 졸랐다. 그가 죽고 싶다고 했으니까, 살기 싫다고 했으니까. 아무도 구해주지 않는 세상 속에서 죽음은 유일한 도피처였다. 그곳에서 김독자는 영웅이었다. 그를 구해준 것이다. 더 이상 고통 받지 않는 세상으로.
“죽고 싶다고 해서 죽여준 것뿐이야. 깨어나도 반복되는 지옥이라면 영원히 사라지는 편이 낫잖아?”
유중혁은 침묵했다. 김독자는 그에게 얼굴을 바싹 들이댔다. 형형하게 빛나는 눈이 유중혁을 비췄다.
“그게 잘못 된건가?”
“그런 논리라면 넌 그들도 마찬가지로 죽고 싶다고 했으니까 죽게 해준 것에 불과하겠군.”
“더 말하면 입 아플 것 같은데.”
김독자는 자리에서 일어나 유중혁의 주위를 맴돌며 속삭였다.
“어차피 넌 날 잡을 수 없어. 내가 한 행위는 실질적 살인이라고 인정받지 못하니까.”
“일단 하나 말해두지.”
유중혁은 으르렁거리듯 말했다.
“첫 번째로 넌, 틀렸다.”
김독자의 움직임이 멈췄다. 유중혁은 자리에서 일어나 문으로 걸어갔다. 스쳐지나가며, 유중혁의 목소리가 김독자에게 또렷하게 닿았다.
“넌 그 누구도 구원하지 못했다.”
김독자는 미동도 하지 않은 채 그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명백한 부정이 불길하게 허공을 떠돌았다. 뒤늦게 기운 달이 어슴푸레하게 상담실 내부를 비췄다. 유중혁의 뒷모습이 길게 늘어졌다. 그의 그림자에 뒤덮인 김독자는 낮게 가라앉은 시선으로 그의 등을 바라보았다.
“두 번째로, 넌 반드시 내가 잡는다.”
그의 목소리와 함께 문이 소란스레 닫혔다. 유중혁이 나간 자리에는 여전히 그의 온기가 남아 있었다. 김독자는 그가 앉았던 소파에 앉으며 나지막하게 웃었다. 처음으로 누군가에게 말했다. 그는 남의 이야기를 들어 주는 게 직업이었지만 정작 자신의 이야기는 한 적이 없었다. 그런데 난생 처음으로 자신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사람이 생겼다. 공교롭게도 자신을 잡겠다고 호기롭게 소리치며 나간 경찰이긴 했지만. 앞으로 그의 시선이 자신을 주시할 것이다. 집요하게 따라다니며 자신의 전신을 훑고 언제든지 물어뜯을 준비를 할 것이다. 살인에 살인을 거듭할수록 진한 시선이 자신의 행적을 지켜 볼 테지.
버려진 세상 속에 들어온 이방인은 자신의 세계에 발을 디딘 첫 번째 사람이었다. 결국 쫓고 쫓기는 싸움에 불과했지만 김독자는 너무나도 오래 버려져 있었다. 그는 자신을 외면하지 않을 것이다. 자신이 사람을 죽여 가는 동안에는. 그것이, 굉장히 마음에 들었다.
*
이 다음에는...어떻게...쓰지...? 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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